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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용의자X (Perfect Number, 2012)> 삐뚤어진 사랑



용의자X (2012)

Perfect Number 
7.6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김윤성, 김보라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10 분 | 2012-10-18



집에 가는 길, 빨간 좌석버스에서 잘까말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배우들의 감독 선언! 그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번 가을~' 그 광고 첫 번째 작품이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X>였다. 한창 혈기 왕성한, 그러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 후배들에게 책 선물을 할 때 내가 꼭 사던 책이 한 권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헌신> 그 용의자가 이 용의자인가 싶은데, 그 용의자가 맞았다. 빙고!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뜨거운 다리미가 쉭- 쉭- 불안한 김을 내뿜는다. 그 집에 찾아온 한 남자. 그리고 죽음. 옆 집 남자의 도움. 사랑. 지독한 사람. 영화의 핵심은 그 지독한 사람이 어떤 치밀함으로 사랑을 지켜내는 가에 있다. 평범한 사건추리극 같지만 사실은 절절한 사랑을 담은 영화 <용의자X>

 

'관람객이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반전이 어디서 어떻게 드러나느냐'가 추리영화의 묘미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용의자X>는 추리영화로서 꽤 괜찮다고 말하겠다. 날짜와 죽음이라는 생각지 못한 반전 요소가 두 곳에나 존재하니까.

 

극장을 나서면서 이 영화의 리뷰 제목을 '삐뚤어진 사랑'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절절해 가슴아프지만 상식적인 사랑은 아니니까. 그래서 방은진 감독도 원작의 '헌신'을 제목에서 빼지 않았을까? 고귀한 희생을 함축한 '헌신'이라기에는 천재수학자의 사랑표현법이 심히 어그러졌으니까. 한켠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바닥에 어지러운 수학 공식을 풀고 어둠 속에 자신을 가두어버린 천재에게는 그런 사랑이 가장 쉬웠을지 모르겠다...라는.

 

추리영화 장르상 재미가 없을리는 만무하지만 이요원, 류승범 덕에 더 흥미롭지 않았나 싶다. 기대없이 보면 꽤 괜찮은, 하지만 책을 읽었다면 조금은 시시한, 원작의 넘사벽을 뛰어넘지 못한 영화 <용의자X>다. 급 궁금한 것 하나, 경찰의 '동물적 직감'은 일종의 직업병 같은건가?


 - 2012년 11월 18일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