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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풍산개(Poomgsan, 2011)>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남자



풍산개 (2011)

Poongsan 
7.7
감독
전재홍
출연
윤계상, 김규리, 김종수, 한기중, 최무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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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에 나와있는 '풍산개'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원산지는 우리나라 량강도 풍산지방이다. 추위와 여러가지 질병에 견디는 힘이 세고 먹성이 좋고 거친 사양관리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경비와 사냥에 이용한다. 경쾌하게 생기고 뒷다리가 곧고 탄탄하여 경사지와 산악지대에서 잘 뛴다. 머리는 가볍게 들고 언제나 주위에 대한 경계와 감시를 하는 감을 준다. 영리하고 날래며 적수와 만나면 끝까지 싸우는 이악한 개이다. 사냥에 훈련되면 감시를 잘하고 산에서 주인을 잘 따라다니고 적수가 나타나면 개 무리 가운데서 제일 앞장서 싸우는 특징이 있다.

 

풍산(윤계상)은 말이 없었다. 답답하다 싶었지만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이라니 그저 [나쁜남자]에서 봤던 '말없이 표정으로 연기하기'의 일종이라 여겼다. 그러나 풍산의 무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설명안해도 사천만 전 국민이 알고있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 그 이름도 찬란한 대한민국. 풍산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을 데려오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인옥과 풍산의 남녀, 남한과 북한 그리고 남/녀, 남/북 그리고 토사구팽이다.

 

인옥과 풍산의 관계는 모호했다. '3시간 만에 배달되어 오다가 무뚝뚝한 풍산 덕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을 그리워하던 한 남자의 보살핌을 받지만 계속 풍산을 떠올린다'는 인옥의 설정은 '도대체 왜?'가 계속 떠오르게 만든다. 그저 자본주의로 꽉 찬 남한에서 마음 둘 대가 풍산밖에 없어서 그랬나보드라 싶다. 그리고 '3시간 만에 인옥을 데리고 오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인옥 주위를 멤돌며 그녀의 눈물 사진을 찍더라'는 풍산의 설정도 '아니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저 3시간 동안 정말 무슨 일 있었나 싶다. 영화 말미에가서 등장하는 '격정적인 키스신'은 그저 이런 내 느낌들은 묻어두고 '저 둘은 무척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이해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미심쩍은 건 사실이다.

 

남북관계는 투박할만큼 여과없이 드러난다. 남한과 북한이 정말 저렇게 서로의 영역에 왔다갔다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다. 그리고 무슨 오대수에게 넣어주는 군만두 마냥 방에 들어가 순서대로 들어오는 총만 받아 치켜들지 말고 문 여는 순간을 포착해 도망칠 생각을 왜 못할까 싶었다. 역시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양 측의 대립 구도는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는 현실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저 윤계상 영화라고 쓰려다가 무릎을 딱! 쳤다. 김기덕 감독 영화만 보면 나오던 피나 여성비하적 표현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남북을 오가는 장면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려나 싶었는데 무슨 방송국 소품실에서 들고나온 듯한 막대기 하나로 이를 해결했다는 점. 그래, <풍산개>는 그런 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의문 몇 가지. 여주인공은 김민선 아니던가? 왜 이름이 김규리인걸까? 김기덕 감독이 남북 관계에 천착하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 그런 걸까? 영화 <해안선>이 문득 떠오른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 한 가지, 풍산은 왜 말이 없을까? 정답은 다음의 대사에 있다. '정체성을 밝히라우. 남쪽이내 북쪽이내' 아무튼 <풍산개>의 주인공은 남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풍산이 아닌, 방송국 소품실에서 들고나온 듯한 '막대기'다.


- 2011년 7월 25일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