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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인 어 베러 월드(Haevnen, In A Better World)> 세상에 화두를 던지다



인 어 베러 월드 (2011)

In a Better World 
9.1
감독
수잔 비에르
출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 울리히 톰센, 트리네 뒤르홀름, 마르쿠스 리가드, 윌리암 존크 니엘센
정보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113 분 |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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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 더 나아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나아졌다는 걸 알 수 있을만큼의 반대급부는 얼마큼의 처절함일까. 누구 말데로 '안해도 될 생각'으로 관람하기가 두려웠던,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던 영화다.

 

아프리카에는 빅맨이 있다. 여자들의 배를 가르고 동물처럼 잡아먹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자다. 어느 날, 그가 치료를 받으러 안톤을 찾아 온다. 동료들은 빅맨의 치료를 거부한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로서의 책임과 사람들을 해치는 자에 대한 증오로 그는 혼란스러워 한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엘리아스를 위해 크리스티안은 나름의 처벌을 감행한다. 폭력의 원인이 됐던 자전거 튜브로 응징하고 칼로 위협 한다. 엘리아스의 아버지, 안톤이 택시 기사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폭발물 제조에 들어간다. 울분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크리스티안만의 대처법이다.

 

안톤이 의료 봉사를 하는 아프리카에는 '빅맨'이라는 惡이 있다. 엘리아스가 다니는 학교에는 '따돌림'과 '폭력'이라는 惡이 있다. 암으로 엄마를 잃은 크리스티안에게는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분노'라는 惡이 있다. <인 어 베러 월드>에서 惡에 대한 대처법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惡만 있는걸까.

 

아이들의 폭력성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폭력적 매체를 접하기 전, 곤충의 사지 절단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견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보는 데로 배우고 가르치는데로 익혀 '유전과 환경'이라는 과학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인간의 성장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내재된 것은 없다'는 결론도 일리 있어 보인다. 당시 '누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나?'라는 물음에 묵묵부담으로 응수하며 토론은 어이없게 끝났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better'라고 붙일만큼 '더 나은'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까? 그 때 누군가 '선과 악은 구분할 수 없다'고 던졌던 화두처럼 '더 좋고 나쁨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란게 과연 존재할까? 복수와 화합과 문명을 이야기한다는 이 영화 <in a better world>, 세상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것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지는 안톤의 대사를 곱씹어보자.  "삶과 죽음 사이에는 항상 장막이 드리워져 있지. 그러다가 장막이 사라질 때가 있어. 친한 사람의 죽음 때문이야. 그리고 다시 장막은 드리워지고 우리는 또 다시 살아가게 돼."


- 2011년 9월 5일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