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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써니 (Sunny, 2011)> 감성 자극 촉진제



써니 (2011)

Sunny 
9.2
감독
강형철
출연
유호정, 진희경, 고수희, 홍진희, 이연경
정보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1-05-04
글쓴이 평점  



너네 그룹. 어린 시절 내게 '너네 그룹'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누가 누구랑 더 친하고, 누구는 어디어디에 속해있고. 귀여웠던 어린 시절 나와 내 친구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자전거 파'일 때도 있었고, 'xx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일 때도 있었고 '매일 방과 후 언니네 떡볶이 집에 가는 멤버'일때도 있었다.  

 


전라도 학생인 나미는 전학을 간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사투리에 주눅이 들때 쯤 '짱'으로 보이는 친구가 생긴다. 더불어 쌍커풀 매니아인 장미, 욕쟁이 진희,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 복희 그리고 수지까지, 동시에 친구들 일곱 명을 갖게 된다. 이들의 이름은 '써니'.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 버금가는 이들의 의리는 25년 '아줌마'가 됐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나미는 가족들과 대화를 할 새도 없이 밥을 차리고 남편의 출근 또는 딸 아이의 등교를 돕는다. 그러 던 어느 날, 25년 전의 '짱' 춘화를 만나게 된다. 춘화의 부탁으로 '써니'를 한 명씩 만나게 되고 더 나아가 눈부신 시절의 자신과도 재회한다.

 

교육 중에 엄마의 문자를 받았다. '써니라는 영화 보고 싶어' 공짜표나 할인권이 마련되야지만 문화생활을 하셨던 그간의 엄마를 돌이켜볼 때, 이런 문자는 영화 <써니>가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SUNNY. 그 이름은 우리 엄마들의 그리고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촉진제였다.  

 

영화 <써니>는 크게 두 가지가 의의가 있다. 첫째, 심은경이라는 소녀의 발견이다.  처음 이 소녀를 봤을 때 '여배우'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뭔가 밋밋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작고 하얀 소녀, 여간내기가 아니다. 발작을 일으킬 듯한 거품과 눈뒤집힘을 소화하며 욕쟁이 할머니를 따라할 땐, 무당신이 빙의한 듯 하다. 소녀가 구사하는 사투리는 '25년 전의 그 때'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게 할만큼 충분히 구수하다.

 

둘째, 친구 혹은 의리다. 마음이란 녀석은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한 존재를 찾기 마련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지나온 시간에 비례한 두터운 관계의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들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써니에는 창업을 돕고 집을 내주고 직장을 마련해주는 '판타스틱한 친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꿈같은 일들을 가능케 하는 의 재력보다, 초상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그 때 그 시절 춤을 추게 만드는 '우정' 이 존재한다.

 


번외로 강형철 감독의 대단함에 놀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영화의 포스터. 여자들만 바글바글한 이 포스터는 자칫 인상적이지도 않고 의미 전달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센스있는 영화인들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앞장과 뒷장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그 차이와 영화의 유기적 연결성. 난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좋다.


- 2011년 5월 24일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