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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43일][10월19일] 양날의 칼이 되는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다.

 

양날의 칼이 되는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다.

 

 

질소과자가 한 때 이슈였다. 질소로 만든 과자냐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질소로 채운 과자 봉지다. 중량의 70%가 과자 내용물이 아닌 질소라 하여 일부 청소년들은 질소과자를 연결해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저 과자 중량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질소의 효용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공기의 연금술>이다.

 

두 과학자가 있다. 프리츠 하버(Frits Haber)와 카를 보슈(Carl Bosch).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 불리는 하버는 1904년부터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해 1908년 암모니아 합성 방법을 개발한다. 1909년 화학공업 기업 바스프(BASF)에서 과학자 카를 보슈와 함께 공정 개발에 착수, 1913하버 보슈법이라 불리는 대량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한다. 카를 보슈 역시 화학자다. 하버가 바스프와 연구 계약을 맺으면서 보슈는 하버의 개발 책임자가 되어 많은 연구를 함께 한다. 고압력, 고온을 견뎌내는 장치, 촉매 선택과 제조, 수소의 공업적 제조 등을 발명 혁혁한 성과를 많이 내기도 했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공부한 저자 토마스 헤이거는 두 과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는 질소의 이요, 화학무기 개발, 전쟁 속에서의 두 과학자의 선택까지 담겨있다. 하버와 보슈는 세계 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무기를 만들어낸다. 히틀러는 질소의 발견을 화약 제조에 이용하면서 수천만의 대량학살을 벌이고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은 급변한다.

 

이 책은 흡사 위인전 같기도, 과학입문서 같기도 하다. 두 과학자의 삶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전자의 느낌이, 질소의 변용과 발전 과정을 서술한 부분은 후자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인문학 서적의 느낌이다. 질소가 인류의 성장에 기여하는 동안 독가스, 폭탄 등의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되면서 반인류적인 행위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이 되는 과학의 본질, 저자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핵심이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대학에서 순수과학을 전공 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당시 배운 건 어떻게 하면 생물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더하겠느냐 였다. 인류가 삶을 영위하고 품질을 올리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전지구적 관점에서 인류는 인간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모든 선택에는 장점과 단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안락사, 민사고, 교육개발과정, 자연개발 하물며 국회의원 투표까지. 그 선택에는 결과에 대한 순응이라는 책임이 따른다. 하버는 독가스 발명을 지시하는 정치권력 앞에 순응하며 성공을 바랐고 보슈는 인류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선택한다. 후세에 두 과학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졌나? 우리가 단순한 창조의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존재한다.

 

(원고지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