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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44일][11월15일]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읽고 쓰기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읽고 쓰기

 

 

결국 다시 찾았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블로그 주소를 입력했다. 그간 핸드폰으로 끄적인 글을 보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생각과 느낌들이 가득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감정에 취해있던 걸까. 언제나 쓰고 싶은기분에 시달렸지만 그 기분은 고리타분한 변명 고단하고 바빴다는 앞에서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주말의 끝자락, 내 몸에 남아있는 감성과 글쓰기 근육을 활성화 시키려 결국 나는 다시 블로그를 찾았다.

 

시간에 끌려다니는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전 5, 핸드폰 알람에 쫓기듯 일어난다. 3시간 이상 더 잘 시간이 남아있는 신랑은, 허둥지둥 새벽녘에 준비하는 나를 두고 쿵쾅거리지 말라고 한다. 쿵쾅쿵쾅 우당탕쿵쾅. 가방을 싸두고 입을 옷을 미리 준비했지만 새벽의 초침은 보통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오전 6, 집을 나서 십여 분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도착해 아슬아슬 열차에 몸을 싣는다. 자리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핸드폰으로 시간을 계산해 보기를 두어 번 거친다. 백에서 책을 꺼내 몇 장을 넘기기도 전 스르르 잠에 빠진다. 오전 7, 버스를 탈 수 있는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기까지 남는 시간을 계산해 화장실에 갈지, 스타벅스에 갈지를 결정한다. 두 시간 이상의 출근 시간이 남았으므로 화장실에 들르는 것은 필수. 그리고 버스에 몸을 싣고, 곧바로 단잠에 빠져든다.

 

매일 아침의 나. 처음 셔틀을 타고 지방 출퇴근을 결심했을 때는 지하철에서 보내는 알토란 같은 시간을 독서에 활용하리라, 그리고 집에 와서는 꼭 몇 자의 글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다짐도 흔히 지나가는 작심삼일의 결심처럼, 졸음에 밀려 멀어지고 말았다. 머리와 마음과 가슴에 남기는 지식과 지혜의 흔적이 적어지다 보니, 결국 무언가를 쓰는것도 고통에 가까웠다. 고통이란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은데 무엇을 쓰려다 보니 고통이라는 글자만 쓰는 느낌이랄까. 원치 않는 방향으로 써내려가는 내 글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들었다. 블로그도 멀어지는 듯 했다.

 

길에서 보내는 6시간의 출퇴근을 시작한지 근 2주가 지났다. 집도 계약을 했고 하루의 일과도 점차 몸에 익숙해져간다. 오랜만에 생긴 여유로운 주말, 그간 밀렸던 글들을 몇 개 다시 읽어봤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싶지만, 내가 쓴 나의 흔적이니, 어찌 이걸 없는 듯 하리오. 오늘, 일요일이 갈무리 되는 지금, 다시 블로그를 찾았다. 마우스 커서가 블로그의 화면을 건드린다. 다시 쓰자 싶다. 다시 읽자 싶다. 그게 나를 살아있게 하는 무엇인가 싶다.

 

(원고지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