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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41일][10월15일] 도서판 ‘지니어스’

 

 

도서판 지니어스

 

 

어린이 도서 대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된 책이 있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탓에 어린아이들과 즐겨 놀았던 루이스 캐럴이,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로 들려줬던 내용을 편집한 책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은 어떤 책일까.

 

추리라는 단어로 우리는 어느 정도 짐작가능하다. 하지만 책을 펴 첫 번째 게임에 실제로 도전해보자. ‘과자 열 개가 다섯 개씩 두 줄로 나란히 바닥에 놓여있다. 과자 위치를 재배치해 다섯줄로 만드는 데 한 줄당 네 개의 과자가 들어가야 한다. , 현재의 위치에서 과자는 네 개만 이동시킬 수 있다.’ 성냥개비, 샤프심, 연필 등을 이용해 직접 자리를 옮겨보거나 또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서 따지며 답을 헤아려보자.

 

이 책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퍼즐 나라의 앨리스, 수수께끼 다과회, 기묘한 퍼즐 미로, 그리고 마지막 정답과 풀이. 단박에 답을 알아낼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다. 헌데 정답과 풀이를 읽어보면 쉬이 이해돼 놀랍고 이런 문제를 내놓은 저자의 번뜩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동화작가인 줄 알았던 루이스 캐럴이 어떻게 이런 책을 내게 된 걸까. 정답은 그의 이력에 있다. 작가는 다름 아닌 수학자였던 것.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교수인 그는 직접 수학 문제를 만들고 퍼즐을 즐기는 마니아였다고 한다. 하여 이 책의 숨은 제목은 유희 수학이기도 하다.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가다가 굴 속으로 떨어진 후, 몸이 커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또 몸이 너무 작아져 열쇠를 손에 잡질 못해 온갖 고초를 겪는다. 머피의 법칙이라 이름 붙여도 될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희한하고 괴상망칙한 상황 속에서, 앨리스는 끝까지 발칙함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이름이 따라붙는 것이리라.

 

이 책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 말장난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답을 고심하다 보면 과거에 잊었던 무언가에 골몰했던 경험’, ‘수능 한 문제를 더 맞추기 위해 고심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만에 꽤 쓸모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쓰는 느낌이랄까.

 

<지니어스>라는 TV프로가 있다. 일반인과 연예인 참가자 몇 명이 주어진 문제를 풀어 승자를 가려내는 프로인데, 시청자들은 그 해결방식을 관찰하게 된다. 그 안에는 수학적 추론, 논리적 사고, 정치적 담합, 인간적 배신 등 인간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행태가 압축하여 벌어져 흥미롭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은 유희 수학이라는 분야에 속해있다. 낯선 그 용어만큼이나 주어지는 내용들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상당히 재밌다. ‘추리가 단지 셜록홈즈, 애거서 크리스틴의 증거 찾기 뿐 아니라 수학에 근거한 논리 찾기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여럿이 게임에 참여할 경우, <지니어스>의 참가자가 된 듯한 착각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고지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