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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90일][8월15일]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1


 

'꾸준히 책을 읽자'는 마음에 서평이벤트에 참여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배송되어 오는 책이 많아질수록 서평을 잘 쓰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는 '글은 어떻게 써야하나요?'라는 제법 심오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서평이벤트에 참여한지 한 해 정도 지난 때였다.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퇴근 시간 새벽 2, 출근 시간 아침 6.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보다 일하는 기계가 됐다는 좌절감이 컸다. 그 때 나를 지탱한 건 이었다. 팀장님 욕을 적어놓은 쪽지부터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와 퉁퉁 부운 눈으로 블로그에 적어놓은 일기까지. 프로젝트를 끝내고 장렬히 전사해 병원에 있으면서 그간의 일기를 살펴봤다. 그 때 숨어있던 내 안의 욕구를 알아차렸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이 분야 일이 잘 안 맞나보죠? 동료가 말했다. 반박의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건 다름 아닌 글이었다. 어버이 날 부모님께 효도하는 특권은 갑을병정 사회에서 갑 뿐 이라는 궤변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글을 써봐야겠다' 그 후, 작가라는 퇴사사유를 들어 회사를 그만뒀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한 지 3년 되던 해였다.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유'라는 물음에 그간의 일들이 떠올랐다. 리뷰쓰기에서 시작된 글 그리고 작가라는 꿈까지. 왜 쓰고 싶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사직서를 던진 후에는 퇴사사유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꼭 써야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도 하다. 한 때는 밥벌이로 글을 쓰면서 취미가 업이 되는 순간의 고통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도 썼다. 지금 나는 다시 정보통신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쓴다. 쓰는 건 일종의 소명인 것 같다. 그래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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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2


 

'꾸준히 책을 읽자'는 마음으로 서평이벤트에 참여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과 같은 리뷰를 썼다. 무료로 받는 책이 많아지면서 더 잘 쓰고 싶었다. 리뷰어 활동 2년 정도 지난 후였다. 어느 샌가 나는 '글은 어떻게 써야하나요?'라는 제법 심오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퇴근 시간 새벽 2, 출근 시간 아침 6. 자부심보다 기계가 됐다는 좌절감이 컸다. 그 때 나를 잡아준 건 그리고 글쓰기였다. 직장 동료, 팀장 욕, 여행에 대한 열망, 집안의 대소사, 남자친구와의 일탈 등. 당시의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엇을 적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끝낸 후 병원에 입웠했던 몇 일, 그간의 일기를 살펴보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작가라는 이유를 들어 회사를 그만뒀다. 누가 달아주지 않아도 자랑스레 말하고 다니던 대기업이라는 완장은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나갔다. 3년 되던 해였다.


읽는 기간, 쓰는 기간이 주기가 있듯 내게도 글쓰기에 대한 의미가 느닷없이 와닿는 기간이 있다. 기계처럼 일하듯, 써왔으니까 쓰는 시간,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 왜 이렇게 무작정 그냥 쓰고만 있지?’


 

요즘이 그렇다. 백일 글쓰기 등 여러 학습모임을 찾아다니며 글쓰기의 끈을 지켜나가고 있다. ‘사는 게 바빠서라는 무색할 만큼 여유롭게 살고 있으면서 퇴사 할 때의 절박함도, 글에 대한 욕구도 희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다시 그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난 왜 이렇게 무작정 그냥 쓰고만 있지?’


 

글쓰기 책을 몇 권 읽었다. 다시 서평을 시작했고 예전에 글을 읽었다. 그리고 알았다. 엄마 밥을 먹다보면 엄마가 차려준 밥이 당연해지듯, 매일 쓰고 있었으니 그저 쓴다는 데 의의를 뒀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아프시기라도 하면 내가 차리는 밥상이 불편한 것처럼. 그저 주절거림이나 일기가 아닌 을 쓰려니까 글쓰기에 대해 숨겨뒀던 내 열망을 다시 알게됐다.


 

글쓰는 욕망으로 내가 풍족해지는 기분, 난 아마 이걸 위해 쓰고 있는 것 같다. 마침 다음 주까지 읽어야 할 책 몇 권 덕분에 나는 또 머리에 몇 가지 책의 결을 새겼다. 문장마다, 문단마다, 아이디어가 샘솟고 글을 쓰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더할나위 없는 충만함, 이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원고지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