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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53일][7월9일] 박민규 따라잡기


박민규 따라잡기

    

 

연달아 삼일 간 회식을 했고, 글쓰기는 핸드폰으로 쓰기 바빴고, 덕분에 다 삭제하고 싶을 만큼의 수준이며, 회식으로 미뤄뒀던 집안 살림을 오늘 저녁 부리나케 손봐야 했고, 냉장고 안에 수박은 날 먹어 줍쇼하고 일주일째 쳐다보고 있으며, 워터파크 여행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서평을 쓰지 못했는데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책이 두 권이며, 현재 읽고 있는 책이 세 권이고, 다음 주 독서토론 수업으로 읽어야 할 책도 두 권이다.

 

직장도 매한가지.

 

홍보 건으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을 활보하고 다녔고, 내일은 청렴교육에 참석해야 하고, 외부 기업인 30명과 함께 하는 중요 미팅이 두 건이나 있으며, 다음 주에는 그간 깔고 앉아있던 기술 관련 세미나를 열어야 해서 발표 준비를 해야 하고 부가세 처리도 해야 하고 원장 보고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어디 그 뿐이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퇴를 했고, 비박입네 친박입네 언론은 떠들기 바쁘고, 우리의 수장님도 나몰라라, 오늘 발표한 민생 살리기 정책에서는 전부 남 탓이라 하니, 정치뉴스를 읽을 때마다 격분에 시달리지 않을 수가 없고, 그리스는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고, 이에 대해 세대별 의견이 갈리니, 몇 년 후의 우리 모습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7월 도시가스 자동납부청구서가 컴퓨터 앞에 떡 하니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안 챙기고 집에 오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던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프롤로그를 따라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그는 1982년을 나열했는데, 나는 김정하의 20157월을 나열했다. 쉼표로 끊어가는 사건 나열방식. 작가의 글을 읽을 때는 뭐 이런 방식이 다 있냐며, 그 몰입감과 속도감에 혼이 나갔었는데, 내가 쓴 글은... 정말 따라만 한 모양새.

 

작가가 괜히 작가가 아니다.

 

 

(원고지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