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따라잡기
연달아 삼일 간 회식을 했고, 글쓰기는 핸드폰으로 쓰기 바빴고, 덕분에 다 삭제하고 싶을 만큼의 수준이며, 회식으로 미뤄뒀던 집안 살림을 오늘 저녁 부리나케 손봐야 했고, 냉장고 안에 수박은 ‘날 먹어 줍쇼’ 하고 일주일째 쳐다보고 있으며, 워터파크 여행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서평을 쓰지 못했는데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책이 두 권이며, 현재 읽고 있는 책이 세 권이고, 다음 주 독서토론 수업으로 읽어야 할 책도 두 권이다.
직장도 매한가지.
홍보 건으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을 활보하고 다녔고, 내일은 청렴교육에 참석해야 하고, 외부 기업인 30명과 함께 하는 중요 미팅이 두 건이나 있으며, 다음 주에는 그간 깔고 앉아있던 기술 관련 세미나를 열어야 해서 발표 준비를 해야 하고 부가세 처리도 해야 하고 원장 보고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어디 그 뿐이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퇴를 했고, 비박입네 친박입네 언론은 떠들기 바쁘고, 우리의 수장님도 나몰라라, 오늘 발표한 민생 살리기 정책에서는 전부 남 탓이라 하니, 정치뉴스를 읽을 때마다 격분에 시달리지 않을 수가 없고, 그리스는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고, 이에 대해 세대별 의견이 갈리니, 몇 년 후의 우리 모습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7월 도시가스 자동납부청구서가 컴퓨터 앞에 떡 하니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안 챙기고 집에 오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던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프롤로그를 따라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는 1982년을 나열했는데, 나는 김정하의 2015년 7월을 나열했다. 쉼표로 끊어가는 사건 나열방식. 작가의 글을 읽을 때는 뭐 이런 방식이 다 있냐며, 그 몰입감과 속도감에 혼이 나갔었는데, 내가 쓴 글은... 정말 따라만 한 모양새.
작가가 괜히 작가가 아니다.
(원고지 5.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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