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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44일][6월30일] 칼럼스터디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칼럼스터디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칼럼스터디가 끝났다. 3기에서 시작해, 4, 5기를 지나 6기에 이르렀다. 6주간 한 번, 4주간 세 번, 18주의 시간이었다. 스터디와 과제를 통해 총 36개의 칼럼을 함께 읽었다. 할머니 장례식과 홍콩 여행으로 빠진 두 번을 제외하고 모든 모임에 참석했다. 쉽게 재밌어하고 금방 지겨워하는 내 성향에 비추어볼 때 이건 분명 쾌거다.

 

18주간 나는 세 종류의 내 글을 만났다. 처음에는 딱 떨어지는 글이었다. 이공계의 자부심인가. 강한 말투의 반증인가. 심플하고 명확하지만 너무 단정적이어서 거부감을 주기도 하는 글투였다. 코치님께서 부드러운 산문투를 익혀보자고 조언해주셨다. 안도현님의 <발견>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내 글에 구성이 생겼다. 다섯 문장 쓰던 단상이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경험한 내용이나 유명한 일화, 영화 또는 책 내용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칼럼의 내용을 본론에서 짚어준다. 그 후 서론의 소재와 본론의 내용을 버무려 결론을 맺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1주년, 우리는 무엇을 했나>, <시진핑이 그리고 싶은 새 국제 질서> 등의 칼럼을 읽을 때였다. 구성면에서 탄탄하지만 서론에서 언급한 소재가 빈약할 경우 전반적으로 톤이 흐려지는 글의 형태다. 이 시기에 유시민의 책을 함께 탐독했는데 학술적 글쓰기의 방향을 제대로 짚어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비유를 많이 한다. A에서 이랬으니 B에서도 이래보자는 식이다. <추가 원전 건설계획>이나 오늘 읽은 <독일과 손잡은 중국 혁신>에서 그랬다. 이해는 쉬워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지만 논리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칼럼을 쓰려면 남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글이 될 수도 있겠다.

 

글 형태가 변해가는 중에 나는 신문 읽는 습관을 익혔다. 인터넷 서핑으로 꽉 찼던 틈새 시간을 이제는 신문 읽기로 보낸다. 같은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신문들의 어조를 비교해보는 일이 꽤 흥미롭다. 신문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언론이 있는가 하면 편집장이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언론도 있다. 어쩜 그렇게 같은 사안을 다르게 해석하는지. 인간사의 오색찬란무지개를 다루는 프레임, 신문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요약 스킬을 키웠다. 업무상 매일 IT관련 글을 한 편씩 써야 하는데, 여기저기 흩어진 기사, 보고서, 학술자료들을 모아 읽으면서 1page로 요약해야 한다. 방대한 양에 질려 3~4일을 끙끙거리며 하던 일을 이제 오전 반나절이면 뚝딱이다. 20분간 요약과 단상쓰기를 했던 훈련 덕분이리라.

 

칼럼은 매력적이다. 자기PR 시대라고 하면서 세상은 모든 화두를 관념에 머무르게 하는 경향이 있다. 속으로 다른 꿍꿍이가 있어도 우선은 대세를 따르고자하는 집단주의의 발로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글로써, 그것도 정당하게,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칼럼은 정말 귀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양질의 글을 오랜 시간 읽고 토론하며 배워왔다. 쾌거임이 분명하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내 몫이다. 그간 익힌 좋은 습관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지, 한낱 추억으로 만들지는 내 의지와 행동으로 결정된다. 칼럼스터디가 끝났다. 18주를 지나면서 나는 시민의식을 조금 탑재했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 진짜 글쓰기는 이제 시작이다.    

 

 (원고지 : 9.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