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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따라 저멀리/다녀온 곳

[15.07.22] 이진아기념도서관

 

2003년 불의의 사고로 딸 이진아 양이 숨진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기리기 위해 가족들은 도서관 건립 기금을 기부한다.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이 이진아 양의 생일에 맞춰 개관을 한다. 가족들의 슬픔이 사회적 나눔으로 승화된 곳,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이야기다.

 

 

 

 

서대문구로 이사 온 후 인근 도서관 중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도서관은 서대문독립공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독립문, 독립관, 순국선열추념탑,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으로 꾸며진 서대문독립공원은 일제강점기에 고초를 겪으며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의 얼이 녹아있는 곳이다. 촉촉이 내리는 비와 어울려 비애감이 전해졌다.

 

대한민국의 고된 역사를 지나, 푸르름이 완연한 길을 조금 걸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을 오르자 이진아기념도서관이 나왔. 4층으로 된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1층에는 쉬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카페테리아에서 담소를 나누는 아기엄마들이 보였다. 중앙에는 엘리베이터가, 측면쪽으로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오르자 층 사이사이마다 책 소개와 명언들이 예쁘게 적혀 있었다. 그 중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자유분방함으로 얽매이지 않는 '인간' 본연의 정신을 지닌 조르바의 명언이었다! 이 글귀를 지나 3층 종합자료실에 들어갔다. 작지만 알찼다. 입구를 들어가 양 옆으로 책장이 늘어서 있었다. 정면에는 사서와 책을 읽을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빼곡한 책장에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비치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 문학 컬렉션부터 시사인 잡지, 신문 묶음까지. 그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아직 사보지 못한 책을 찾았다. 글쓰기 관련 책이다.

 

글이란 나와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골랐다. 가벼운 소설책 같은 표지를 하고 있지만 글쓰기의 테크닉이 아닌 임하는 자세를 말하고 있어 눈여겨보고 있던 터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도 빌렸다. 백일쓰기, 칼럼쓰기 등 글이라면 해치우기에 급급해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와서 빌려가는 게 글쓰기 책이라니.. 약간 웃겼다. 심지어 집에 있는 글쓰기 책도 아직 완독 못한 게 많은데.

 

 

 

 

 

책 세권을 가방에 담아 도서관을 나왔다. 쏟아지던 비가 그새 그쳐있었다. 도서관 입구 앞 미끄럼틀에 백설 공주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놀고 있었다. 쫄바지와 깔맞춤 한 원피스만 고집하던 예전 내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었다. 가방에 있는 책 몇 권, 비온 후의 촉촉한 땅, 이진아도서관의 아기자기함,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은 오후였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정보, 둘! 서대문구 도서관 그리고 앙증맞은 반납일 꼬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