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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69일][7월25일] 프리다 칼로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과 생애


프리다 칼로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과 생애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에고 리베라 프라이드 오브 멕시코>전을 다녀왔다. 리베라는 멕시코의 국민 화가지만, 내게는 프리다 칼로의 남편으로 더 친숙하다. 초상화를 계기로 만나 프리다 칼로의 삶을 지옥으로 끌고 간 자가 바로, 디에고 리베라다.

 

이번 전시는 총34점의 작품을 <초창기-스페인 여행-전위 예술가들과의 만남-멕시코 귀국-리베라의 초상-러시아 여행>으로 나눠 구성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부인들을 그린 초상화와 미국 록펠러 센터에서 망실됐다는 벽화다.

 

리베라는 모든 영감의 원천은 여성이라며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항상 여자를 찾았고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사랑이라 여겼다. 결국 생애 동안 다섯 명의 아내를 만났고 이번 전시에서는 세 명의 부인을 그린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첫 번째 부인은 <안젤리나 벨로프의 초상>으로 유명하다. 둘째 부인은 이번 <루페 마린의 초상화>를 통해 처음 봤다. 마린의 그림은 물이 흐르는 듯한 손가락 모양이 인상적인데, 손을 밖에서 얼굴로 향하고 있어, 자연스레 시선이 얼굴로 올라가게 된다. 피부는 다산의 상징이라는 황갈색으로, 눈빛은 모호하고, 표정에서는 약간의 짜증이 느껴진다. 반면, 벨로프의 그림은 청아하고 아름답다. 색채가 인상파 그림처럼 옅고 화사하다. 눈은 청초한 에메랄드 빛이며 곶게 올린 머리와 우아한 몸짓, 배경이 된 물결 등모든 것이 그녀의 온화함을 표현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할까. 하여 벨로프의 초상은 전시회 입장권에도 삽입되어 있고 기념품 샵에서 노트와 엽서로도 만날 수 있다.

 

벽화는 총 여섯 점 소개되어 있다. 실제 이동식 벽화로 소개된 작품이 둘, 나머지는 프로젝터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그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십자로의 남자>. 20세기 초라는 시기가 믿기지 않을만큼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날개를 단 남자가 중앙에 있고 그 남자를 기점으로 나눠진 양쪽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모습들이 있다. 특이한 건, 중앙의 남자는 공장 노동자로 연상되는 작업복을 입었고 그 앞에는 나침반과 시계를 쥐고 있는 큰 손이 있다. 그 위로는 자동화가 연상되는 톱니바퀴들이 여섯 개 정도, 다양한 각도로 놓여 있다.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디에고는 과학, 기계 등의 진보된 문명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중앙의 큰 손은 과학을 쥔 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멕시코를 여행할 때 프리다 칼로의 매력에 빠졌던 적이 있다. 둔탁한 색감에 명료한 메시지가 다른 회화 작품에 비해 분명해 좋았다. , 남성의 강인함이 얼굴에서 묻어나지만 성정은 너무나 여성스러워 남편으로부터의 불행을 감수한 칼로에게 연민이 가기도 했다. 그래서 난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 프리다 칼로가 아닌 프리다 칼로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 전시를 보면서 한 때 가슴에 아로새겨졌던 칼로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쉬지 않고 비가 오는 토요일이다. 리베라의 작품과 그의 여인들, 프리다의 아픔과 상처를 느껴볼 수 있었다. 복잡다단한 시간 속, 누군가의 인생을 잠시 살펴보면서 내 삶에 여백을 만드는 뜻 깊은 전시였다.


(원고지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