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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칼럼읽고쓰기

聖人의 글쓰기 방식




1. 대화체(문대 問對 : 문인이 가정하여 엮은 글- 임금/신하, /)의 방식과 논리

 

① 문조물 問造物 규보

조물주와 묻고 답하는 형식을 빌어 세상이 이루어진 이치에 대해 탐구한 글이다. 하늘이 세상의 온갖 것들을 만들 때 어찌하여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까지 만들었냐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결국 세상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 답하고 있다. 여기서의 조물주는 물론 작가가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다. 조물주가 자신이 조물주인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세상의 온갖 것들을 만든 것이 조물주의 의지가 아닌 자연의 이치임을 역설하여 결국 조물주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어떠한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구할 때 논리적으로 그 이치를 따지는 방식과 함께 이렇게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 애용되었다. 다음 정도전의 글과 함께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글로 이달충의 <애오참병서>등을 들 수 있다.

 

② 답전부 答田父 정도전

조정에서 벼슬하는 자가 지을 수 있는 죄목을 문답식으로 거론한 글이다. 전부, 즉 농부의 입을 빌어, 조정에서 벼슬하는 자가 지을 수 있는 죄를 크게 네 가지로 언급되고 있다. 네 가지 죄 가운데 마지막 것, 즉 큰소리 치고 바른말을 하고 옛것을 좋아하고 위에서 떨치기를 좋아한 것이 바로 정도전 자신이 죄를 입어 유배 온 이유라 하여, 단순히 조정에서 짓는 죄목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필기류(苾기類)에 속하는 것으로, 필기류는 그 문체의 내용과 형식이 자유로워 이러한 문답식 전개를 상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답을 통한 이야기 전개 방식은 필기류 산문뿐만 아니라 다른 문체에서도 널리 이용되었다.

 

 

2. 사람의 일생을 서술하는 방식과 표현 : () 양식

- 입전 대상이 되는 인물과 글쓴이의 관계, 글쓴이의 의도 등에 따라 대상 인물의 일생을 서술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음

- 역사서의 ’ (史傳) / 개인적 ’(私傳)

 

① 온달전 溫達傳  - 김부식

온달의 일생을 서술한 전이다. 전은 한 인물의 행적이 사라져 버려 세상에서 그가 잊혀질 것을 대비해 짓는 글이다. 사람의 일생을 기술하는 문체에는 전장류와 비지류가 있는데, 전은 이 가운데 전장류에 속한다. 전장류는 전과 행장(行狀)을 아울러 칭한 말이다. 전이 어떤 인물의 생애에 대해 특징적인 면모에 주목하여 기술하는 것이라면, 행장은 한 인물의 생애를 자세하면서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한편 비지류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묘지명인데, 모두 사람의 일생을 서술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작가 스스로의 창작 동기에 의해 짓는 전과 달리 묘지명은 주로 청탁에 의해 지었다. 이 글은 <삼국사기> <열전>에 수록되어 있는데, 본래 사관(史官)이 짓는 사서(史書)의 전()은 공업(功業)을 중심으로 하여 인물에 대한 포폄(褒貶)이 이루어지는데, 이 글은 사서(史書)에 수록되어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공업(功業)을 기술하지 않고 설화적인 모티프에 기대 지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바보 온달과 장군 온달을 대비적으로 제시하고, 그 사이에 평강공주를 매개로 한 서사를 전개하였을 뿐 문장을 꾸미는 데 힘쓰지 않아 오히려 장중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② 최칠칠전 崔七七傳 남공철

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崔北)에 대한 전이다. 전은 사관(史官)이 역사 편찬을 위해 지은 것인가, 또는 문인이 창작 동기에 의해 지은 것인가에 따라 사전(史傳)사전(私傳)으로 나뉜다. 김부식<온달전>이 사전(史傳)이라면 남공철의 이 글은 사전(私傳)에 해당한다. 역사서에 수록할 것이 아니었으므로 표현 기교라든가 작품을 구성하는 일화 선택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최북은 예술적 자의식이 강하여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뿐더러 그림 청탁자에게 모욕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은 이로 유명하다. 최북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 몇 가지를 들어 최북의 면모를 확연히 드러나도록 한 글이다.

 

간서치전

  

 

3. 빗대어 쓰기의 방식과 논리

삶의 이치를 다른 유형의 사람에 빗대거나, 사람이 아닌 것을 빗대어 쓰는 글쓰기 방식이 작가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데 어떤 점에서 유용한지 알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① 도자설 盜子說 강희맹

()은 본래 경전(經傳)의 뜻에 부연하여 작자의 뜻을 서술하는 문체로, 일반적으로 우언(寓言)의 설()과 직서(直敍)의 설()로 나뉜다. 우언의 설어떤 일에 빗대어 작가가 발하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말하는 방식을 취하고, 직서의 설작자의 뜻을 곧바로 서술하는 것이다. 우언의 설은 전반부에 허구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후반부에 이르러 전반부에서 설정한 상황으로부터 유출된 결론을 통하여 자신의 뜻을 주장한다. 강희맹의 문집인 <사숙재집> 9권에는 총 12편의 說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하나.

  

② 밀봉설 蜜蜂說 이 첨

임금과 신하의 관계에 대해 꿀벌과 왕벌에 빗대어 쓴 글이다. 이 글에서 작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임금과 신하의 ()인데, 그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양봉을 하던 이에게 있었던 일화를 들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꿀벌도 왕벌에 대한 의()가 있어서 왕벌이 자신에게 해 주는 것이 없는데도 그를 따라 죽는데, 하물며 신하가 임금에게 의를 지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하고 있다. 이렇게 하찮은 것을 들어 대단한 것의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미물(微物)의 예를 들어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내세우는 논지 전개방식은 한문 산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③ 대소설 大小說 심익운

인간세상의 비정함, 즉 큰 잘못을 저지른 자는 크게 처벌받지 않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 자가 크게 처벌받는 세태를 크고 작은 뱀에 빗대어 드러내고 있는 글. 복선화음(福善禍淫), 즉 착한 일을 한 이는 복을 받고 못된 짓을 한 이는 화를 입는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 문인들이 많았는데, 이 글 또한 크고 작은 뱀에 빗대어 복선화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 죽은 이를 그리는 글쓰기의 방식과 표현

같은 방식의 글에서 대상 인물과 작가와의 관계에 따라 글의 내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파악, 작가가 대상 인물의 어떤 점에 주목하고 어떻게 그 특징을 서술해 나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

 

① 농아광지 農兒壙志 정약용

이 글은 정약용의 아홉 뻔째 자식인 농장(農牂)에 대한 광지(壙志)이다. 전문에는 위에 인용한 글의 앞뒤에 부기(附記)가 있다. 광지는 묘지나 장지와 같은 것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무덤에 함께 묻는 글인데 조선 후기에는 실제로 묘에 묻지 않는, 문학성이 뛰어난 묘지명이 적잖이 지어지기도 했다. 이 글의 부기에 따르면, 정약용은 모두 6 3녀를 낳아 2 1녀가 살고 4 2녀는 djf서 죽었다. 벼슬을 하여 당쟁이나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골치를 썩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으면서 몸을 보전하라는 뜻에서 아이 이름을 ()’이라 지었다고 했다. 아들과 이별하는 장면, 소라 껍질에 얽힌 일화 등을 들어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정을 표현하고 있다. 

 

② 유수묘지명 兪叟墓誌銘 이건창

이건창이 같은 동리에 살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유씨 노인을 대상으로 지은 묘지명이다. 묘지명은 본래 묘의 유실에 대비해 짓던 글러서, 죽은 이의 세계나 자호, 가족사항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죽은 이에 대한 정보라고는 성()과 자(), 그리고 평생 짚신을 삼았던 그의 행적이 전부다. 묘주에 대한 정보가 빈약한 상태에서 묘지명을 쓰자면 다른 서술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이건창은 여기서 유씨 노인이 행한 도와 성현의 도를 대비적으로 제시하여 공교로운 묘지명을 완성시키고 있다. 도구의 크기로 보자면 성현의 학업이 유씨 노인의 짚신 삼기보다 위대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를 베풀고 심지어 자신을 보전하기까지 한 것에 이르러서는 외려 유씨 노인이 성현보다 낫다고 하고 있다. 짚신을 삼아 먹고 사는 것이 하찮아 보이지만, 작자는 유씨 노인의 행업에 성현의 도에 버금가는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③ 제망자문 祭亡子文 송준길

죽은 자식을 대상으로 쓴 글, 장성하여 죽은 자식을 대상으로 지은 것. 죽음을 예감하고 난 뒤의 아들의 행동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4. 문장작법의 사고와 논리

일상어의 활용, 모방과 답습의 폐단, 법고창신의 정신과 문체, 병법에 비유한 글쓰기 전략의 구체적 실상등을 파악 -> 글쓰기 전통을 수용하면서 창의적인 글쓰기

 

① 문설 文說 허균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그로 하여금 질문하게 하고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허균 자신이 추구하는 좋은 글의 요건에 대해 쓴 글이다. 위 글에 드러나는 객()은 가상의 인물이고 허자(許子)는 곧 허균 자신이다. 허균 당대에 자신의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글의 정당성을 객과의 문답 형식으로 설파하고 있다. 위에서는 글쓰기의 문제에 대해 세 가지로 묻고 답하고 있는데 상용어, 곧 일상어 사용의 문제, 선인의 글을 답습하는 문제, 법고(法古)의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② 소단적치인 騷檀赤幟引 박지원

박지원의 처남 이재성이 고금의 과체(科體)를 모아 엮은 <소단적치>라는 책에 써 준 글이다. ‘소단이라는 말은 시단이나 문단을 가리키는 말이고 적치란 붉은 깃발, 즉 대장군의 깃발을 뜻한다. <소단적치>는 과거시험에서 높은 등수로 합격한 모범답안을 엮어 과거를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글쓰기의 방법을 병법(兵法)에 빗대어 서술한 글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장수가 군대를 운용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글의 구성 요소와 군대의 구성 요소를 기발하게 연결 지어 그 운용의 묘()에 대해 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