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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60일][7월16일] 나에게 쓰는 편지

 

 

 


정하에게


 

 

 

너 참 장하다, KJH! 100일 글쓰기를 완주했네. 그간 참 우여곡절 많았어. 여행갈 때 핸드폰 지참금지의 법칙을 고수하는 네가 로밍을 해가기도 하고, 깁스를 하고 왼손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끙끙 앓다가도 시계보고 놀라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매번 회식할 때마다 신데렐라 마냥 12시 직전에 화장실로 달려가 글을 쓰기도 했잖아. 생각해보면 그간의 100일은 정말 글쓰기로 대동단결된 시간이었어.

 

 

 

사실 처음에는 100일 글쓰기 쉽게 봤잖아. ‘?’ 쓰면 되지. ‘매일매일?’ 그거 조금 쓸 시간 없을까. 이런 생각이었지. 실제로 그렇지 않았지만 말야. 가장 장애가 됐던 건 뭘까. 아마도 네 자신? 특히 남의 눈을 신경 쓰는. 모르는 사람 수백 명이 오가는 블로그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포스팅 잘하면서 7명의 비밀카페 안에서는 왜 그렇게 눈치가 보였을까? 아마 누군가 너를 본다또는 관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사람들이 너를 평가할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르고.

 

 

 

지금은 어때?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난 것 같아? 조금 나아진 것 같지? 마감의 압박이 그런 시선들로부터 너를 해방시키지 않았나 싶어. 마감시간 지키기에 급급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들 수 없잖아.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를 놓기도 했고. 그리고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면서 나한테는 조금 충만해지지 않았나?

 

 

 

그리고 또 다른 소득이 있어. ‘사유쓰기를 연습했다는 거야. 너는 항상 생각나는대로 써왔어. 아주 좋게,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1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2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하는 이상의 방식이라고나 할까. 한 마디로 멋대로 쓰는 거지. 그러다보니 네 글을 읽으면 논리나 주장을 알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그래서 이번에 이런 글쓰기 방식을 극복해보려고 했지. 몇 회 안 되지만 시사적 글을 쓰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비판하는 글도 써보기도 했지. 몇 년 동안 지녀왔던 습관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던 100일이 훌쩍 지나버렸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쓰기는 계속 할 거지? 100일에서 시작한 글쓰기 101, 102일 이어가자. 좋은 습관은 얻기 힘들지만 버리기는 쉽고, 나쁜 습관은 금방 익히지만 버리기 어렵다고 하잖아. 아마 이번 100일을 통해 얻게 된 마감지키기’, ‘매일 글쓰기습관은 어렵사리 얻은 좋은 습관인 것 같아. 이 좋은 습관이 네 몸에서 떠나지 않도록 잘 지켜나가자. 100일간 잘 해낸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파이팅!


 

 

 

(원고지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