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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3일][5월20일] 이야기의 힘

 

이야기의 힘

 

 

가족란이 비어있네요? - 고아입니다.

지금은 누구와 지내나요? - 혼자 살고 있어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 막노동... 이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심사위원 질문에 답을 한 이 사람은, 지난 2011<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1>의 주인공 최성봉씨다. 최근 길을 걷다 한 남자의 노래 <넬라판타지아>를 듣게 됐다. 음정이 불안한게 프로 성악가가 부른 건 아닌 듯 했다.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 그 노래는 다름아닌 최씨가 오디션 프로에서 부른 첫번째 노래였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둘. 보통의 청년들이 공부와 사랑을 얘기할 때 그에게는 가족, 집 그리고 삶의 목적이 업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팝페라 가수 최성봉으로 음반을 들고 나온 것. 그의 예전 노래 <넬라판타지아>를 찾아 듣고 점수를 매겨본다. 이번엔 120점이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자 조폭, 짜장면 같은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의 이야기가 확산될수록 네티즌들은 최씨에게 더 격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천원 정도 되는 돈으로 그의 노래를 산다. 사실 이 돈에는 그의 노래 외에 한 가지가 더 포함돼 있다. 바로 그의 이야기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경험과 느낌을 이야기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씨에게는 처절한 성장 과정을 딛고 오페라를 부르는 청년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청자들은 그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며 희망을 갖는다. 이문재 경희대 교수가 <‘독거노인독거청년이 만났을 때>에서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딱하다. 세대 간 갈등이 문제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고개를 떨군 할미꽃 모양이다. 부모 세대는 바빴다. 지금도 바쁘다. 경제발전이라는 허울아래 끊임없이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 한다. 자식들 교육, 결혼에 보탤 목돈 마련을 위해 빚을 진다. 실버타운에 보내주는 자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거라는 슬픈 우스갯 소리를 서로 나눈다.

 

노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몇일 전, TV프로는 <노인빈곤 짤짤이 순례길>이라는 제목으로 노인들의 현실을 다뤘다. 불편한 몸을 이끌어 500~1,500원이 되는 돈을 벌기 위해 교회로, 학교로, 공원으로 발품을 팔았다. 처연해보이는 78세 박씨 할아버지는 말한다. “그냥 빨리 죽어야 돼. 100, 90세 이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야.” 노인빈곤률이 48.6%라는 우리네 현실이다.

 

청년 세대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은 IMF, 부모의 실직과 도산을 보고 자랐다. 자연스레 어떤 사람이 되야 할까보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를 더 먼저 고민 하게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취업해야 했다. 풀밭에서 통기타치며 먹는 새우깡과 소주 한 잔은 옛 말,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칠포세대로 전락했다.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돈의 논리로 인해 어느 세대 하나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진퇴양난의 형국이랄까. 그렇다면 정도가 심해지는 갈등에 골몰하는 것도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서로 으르렁거리는 대신에 한 발작씩 물러나 보자. 각자의 이야기를 말하고 서로의 스토리에 귀기울이자. 모여든 마음 속에서 생각지 못했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원고지 :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