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의 전투
보험료 갱신 안내문이 날아왔다. 매달 지출하는 금액 중 보험료가 가장 아까웠는데 심지어 금액이 인상된단다. ‘더 이상 당하지만은 않겠어!’라는 심정으로 보험을 공부했다. 실제 보험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내 약관을 보여주자 암진단비, 뇌출혈진단비 등 불필요한 항목을 삭제하라고 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1차공격 실시. 해당 보험사에 문의 글을 넣었다. 특별약관 항목을 삭제할 수 있나요? 삭제한다면 지금까지 납입한 적립금은 어떻게 되죠? 여섯가지 질문 중 세 항목에 대해서만 답변이 돌아왔다. ‘답해주시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다시 문의드립니다’며 2차 공격을 진행했다. 2차 방어회신 또 도착. 이번에는 ‘금액’을 묻는 질문에 ‘삭제가 불가합니다’라는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회사에서 눈치보며 최소화 시킨 창으로 보험사에 메일을 보낸 나였다. 3차 공격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매우 상냥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적립금 축소, 약관 항목 삭제 등 보험사 입장에서 곤란할 수 있는 질문에는 ‘제가 답해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는 보험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일종의 휴전이었다.
그 후 이틀이 지났다. 담당자에게서는 연락도, 문자도 오지 않았다. 다음주면 보험료 갱신 만료일이다. 이렇게 있다가 보험이 자동 갱신되면 나는 또 매달 돈을 내게 되겠구나 싶었다. 결혼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내 이름으로 가입된 연금, 보험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보험사에게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보험사와 전투를 통해 새로이 알게된 것들이 있다. 첫째, 보험사는 ‘사업비’라는 명목의 금액을 고객 보험금으로부터 빼간다. 가입초기일수록 보통 사업비의 비율은 높다. 그리고 사업비는 보험사의 운용비 등으로 사용돼 보험 만기가 되도 전체금액에서 사업비가 빠져 환급된다. 결국 나는 사업비를 그저 보험사에 주는 것이다.
둘째, 보험사는 사업비의 정확한 수치를 법적으로 ‘고지’하도록 되어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는 최근 개정된 법에 의한 것이라 09년 이전 가입 상품의 경우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당연히 사업비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셋째, 내가 보험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질병에 걸려(혹은 다쳐서)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한다고 치자. 이때 모든 사람들이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에서 명시한 상세조건에 부합해야만 보험금은 지급된다. J00, A01 등의 질병코드라는 것인데 이는 보험사 대외비 정보로 분류된다. 고로 고객들은 알길이 없다.
쉬는 시간 틈틈이 보험을 공부하고 관련자료를 만들었다. 덕분에 보험업법도 읽어보고 보험사 현황도 알게됐다.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험사가 백기을 휘두를때까지 계속되리라. 투비컨티뉴.
(원고지 : 8.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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