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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4일][5월21일] 1+1=∞

 

1+1=

 

그를 처음 만난 건 면접 대기실에서였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세 명 뽑을 거예요.’, ‘기술심사 업무를 하실 겁니다.’ 내가 질문을 할 때마다 그는 즉답을 해왔다. ‘뭐 이렇게 아는 게 많아?’

 

2차 면접장에서 그를 또 만났다. 모양새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 옷 입고 왔어? 옷이 왜 이렇게 커?’ ‘얼굴은 왜 이렇게 작아?’ ‘덥수룩한 머리 하고는머리카락이 얼굴 잡아먹겠네.’ 작고 호리호리한 체구로 허약한 인상이었다.

 

합격자들이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 그를 또 만났다. 인사담당자가 마련해 준 명찰로 그와 내가 한 팀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 수도 적고 조용한 그 사람과 한 팀이라면 밋밋한 회사 생활이 될 것 같았다. 회사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싫었다.

 

부서배치가 끝나자, 그가 나를 비롯한 신입들을 데리고 다니며 선배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알고 보니 그는 오래 전부터 이 회사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었다. 용역업체 직원으로 와서 일하다가 역량을 인정받아 발탁 채용이 된 것.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머리 아픈 미팅에 지쳤을 때 그가 바다를 보여줬다. 사기를 당해 목돈을 날리던 날, 그는 내 보호자로 경찰서에 왔다. 심사 업무를 맡아 출장이 잦은 내게 회사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속속들이 전해줬다. 동갑내기 팀 동료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차를 뽑았다며 그가 말했다. ‘너 때문에 뽑았다.’

 

이제 우리는 부부가 됐다. 함께 출근하고, 한 공간에서 일하고, 함께 퇴근한다. 골치아픈 문제를 만나면 그가 항상 말한다. ‘1+1은 무한대래. 우린 둘이잖아!’ 회사 지방 이전 문제로 속을 끓이는 내게 그가 말한다. ‘우리는 같이 있을 텐데 뭘 걱정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깨닫게 된다. 이 사람은 회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을 넘어 세상사는 지혜도 남다르다는 것. 이 사람이 옆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은 우리가 부부로서 처음 맞이한 부부의 날이다.

 

(원고지 :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