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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38일][6월24일]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꾸준히 책을 읽자'는 마음에 서평이벤트에 참여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배송되어 오는 책이 많아질수록 서평을 잘 쓰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는 '글은 어떻게 써야하나요?'라는 제법 심오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서평이벤트에 참여한지 한 해 정도 지난 때였다.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퇴근 시간 새벽 2, 출근 시간 아침 6.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보다 일하는 기계가 됐다는 좌절감이 컸다. 그 때 나를 지탱한 건 이었다. 팀장님 욕을 적어놓은 쪽지부터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와 퉁퉁 부운 눈으로 블로그에 적어놓은 일기까지. 프로젝트를 끝내고 장렬히 전사해 병원에 있으면서 그간의 일기를 살펴봤다. 그 때 숨어있던 내 안의 욕구를 알아차렸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이 분야 일이 잘 안 맞나보죠? 동료가 말했다. 반박의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건 다름 아닌 글이었다. 어버이 날 부모님께 효도하는 특권은 갑을병정 사회에서 갑 뿐 이라는 궤변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글을 써봐야겠다' 그 후, 작가라는 퇴사사유를 들어 회사를 그만뒀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한 지 3년 되던 해였다.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유'라는 물음에 그간의 일들이 떠올랐다. 리뷰쓰기에서 시작된 글 그리고 작가라는 꿈까지. 왜 쓰고 싶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사직서를 던진 후에는 퇴사사유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꼭 써야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도 하다. 한 때는 밥벌이로 글을 쓰면서 취미가 업이 되는 순간의 고통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도 썼다. 지금 나는 다시 정보통신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쓴다. 쓰는 건 일종의 소명인 것 같다. 그래서 쓴다.


(원고지 : 4.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