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29일][6월15일] 칼럼스터디가 있는 스산한 월요일 밤

칼럼스터디가 있는 스산한 월요일 밤



 7018 버스가 올 생각을 안 한다. 7011, 7016 버스는 벌써 세 번이나 지나갔는데. 매주 월요일 광화문 KT지사 앞에서 하는 생각이다. 월요일은 칼럼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오늘 칼럼 주제는 메르스였다.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메르스’. 정부는 답이 없고 병원은 뒤늦게 부분 폐쇄방침을 내렸다. 우리는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해 토론했다. 전문가에게 올곧이 의지하는 정부, 해결책은 존재하는지, 이런 사태가 메르스에만 국한된 것인지.


메르스 사태의 문제는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와 정부차원의 대응 실패 그리고 이로 인한 감염 확산과 공포심 확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결론은 국가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침 조윤제 서강대 교수의 국가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글을 함께 읽은 후였다. 5기 첫 번째 스터디 칼럼이었던 해당 글에서는 현 대한민국의 명암을 낱낱이 파헤치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식은 개헌에 있다며 아주 공격적인 솔루션을 제시한 글이었다.


오늘 토론도 결국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됐다. 천안함, 세월호, 성완종리스트, 4대강사업, 방산비리 등 정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할 계기는 이미 충분하다. 메르스는 단지 그 불신에 방점을 찍게 했을 뿐.


착잡하다. 칼럼스터디 횟수가 늘어날수록 드는 감정이다. 스터디에서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면 할수록 나라가 걱정돼 뉴스보기가 꺼려진다. 무정부국가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오늘 스터디에 오기 전 동료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왜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까?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정상적인 성장 환경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무리일까? 지금 일을 키워 욕을 먹느니 정권에서 물러 돈 방석 위에 앉아있을 때 무능한 사람이었다 회자되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걸까?

칼럼의 시선은 결국 정권, 국가로 수렴한다. 메르스를 깊숙히 들여다 본 오늘, 이런 궁금증들에 더 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마음이 착잡하다. 7018 버스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스산한 월요일 밤이다.

  

(원고지 :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