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과 문송하다
인구론 : 인문계 졸업생들의 90%는 논다 / 문송하다 : 문과생이라 죄송하다
뉴스에서 최근 취업 시장에서 생긴 신조어를 소개했다. 취업이 어려운 와중에 인문계열 학과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이 유독 힘들다고 했다. “‘저희 회사에서는 그 전공이 쓸모가 없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왜 공학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후회 했습니다.”라는 한 졸업생 멘트가 이어졌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개인의 능력이나 성품이 아닌, 전공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되었다니.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으로서 인터뷰를 한 졸업생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이 간다.
인문계 생들의 어려운 취업, 짐작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첫째, 특정 산업에 편중된 우리나라 경제 구조. 국민 소득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는 한 마음 한 뜻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이를 위해 토목, 화학, 기계, 재료 등 공학적 산업을 키워야 했을 터. 그러다 보니 해당 분야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공학계열 학생들에 대한 선호가 나타났을 게다.
둘째, 교육 여건다. 전공에 상관없이 사람을 뽑는 기업이라면 ‘교육’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 예는 삼성SDS, LG CNS 등 SI을 하는 대기업에서 볼 수 있다. IT분야 대기업들은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전공불문’으로 뽑기로 유명하다. 그럼 해당 기업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뽑아 어떻게 현장에 투입하느냐. 바로 교육을 통해서다. 실제로 위의 두 기업은 신입사원들에게 1년 가까이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프로그래밍 등을 교육한다. 반면, 교육비용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대학에서 학습해 온 사람을 뽑아 현장에 바로 투입하고자 할 것이다.
나는 이공계 졸업생으로 이공계 분야로 취업을 했다. 전공을 살렸다고는 할 수 없는데 재밌는 것은 더 많은 이공계 일을 할수록, 사회 경력이 늘어날수록, 인문학 쪽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진다는 데 있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이해해 개발해도, 원자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품을 훌륭하게 만들더라도, 고객 또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면 해당 상품들은 가치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눈’도 중요하다. 아마도 이런 생각들이 많은 기업들을 조금 더 ‘인문학’에 시간을 쏟도록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구글에서는 인문학적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시간이 업무 중에 진행되고 있다. 또,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SW+인문을 결합한 ‘융합’을 화두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다.
일을 할수록 여러 분야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점’과 ‘눈’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이건 단시간에 체득할 수 있는 것도, 무엇보다 4년간의 전공 공부로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체험과 공부, 무엇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생각’할 때 조금씩 만들어진다.
따라서 공학, 인문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분법 보다 기업과 정부, 취업준비생들이 제 자리에서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였으면 좋겠다. 기업은 딱 맞는 부품을 제 자리에 끼워넣겠다는 경직된 사고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인재를 뽑아 교육하고 육성하겠다는 자세를,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여러 분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고, 학생들은 전공과 토익 등에 몰입하기 보다는 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경험을 직접 해보는데 치중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취업 여부 때문에 고3때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그런 일은 조금 줄지 않을까?
(원고지 : 9.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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