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의 이해
백승찬(김수현)이 탁예진(공효진)에게 고백을 했다. 의도치 않게 인형녹음으로 ‘예고편’을 보여주고 달달한 키스로 ‘본편’을 치뤘다.
맨 처음 그가 ‘동기’로 고백을 했을 때 내가 아주 크게 웃어줬다고 한다. 또 ‘고맙다’고 하면서 그런 건 술 취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고, 정신 멀쩡할 때 다시 와서 하라고 혼쭐을 냈다고도 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렇다.
드라마를 보고 와 ‘너는 왜 예고도 없었고 본편도 없었냐’고 물었다. 술 취해서 고백했던 게 예고였는데 몰랐냐고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신랑. 그런데 우리 관계가 드라마 속 주인공과 다른게 있다. 바로 예고편과 본편의 주체가 달랐다는 점이다.
그가 술 취해 고백 후, 우리는 몇 일간 아주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눈이 마주치면 피하고 미팅이 겹치면 맞은 편 에 앉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불편하고 어색한 게 싫어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한 번 찍어 안 넘어가면 열 번 찍어봐야 하지 않냐’고. 이건 내 ‘기억’에 따른 것이다. 그 후 우리는 연인이 됐는데, 생각해보면 그 멘트가 본편의 시작이었다고 본다.
드라마 <프로듀샤>의 오늘 방송 제목은 ‘예고편의 이해’였다. 본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예고편을 내보내는데,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내용이었다. 예고가 있어야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본편을 준비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드라마를 보면서 오랜만에 내 과거를 들춰봤다. 결과적으로 그가 치른 ‘예고’ 덕분에 내가 ‘본편’을 재미나게 치르지 않았나 싶다. 다음주 <프로듀샤>의 ‘본편’이 기대된다.
(원고지 : 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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