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
회사에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현재 우리 회사의 최대 이슈는 지방이전 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홍해 갈리 듯 두 ‘파’로 나뉘었는데 그 기준 역시 정치에 따른 것이다.
이번 달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 했다. 서울에 남는 - ‘영원히’ 혹은 ‘잠깐’ 남을지 여부가 다르지만 -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에 남는 것이 일종의 ‘성공’이었다.
지방으로 옮기기 3일 전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다. 전체가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승자와 패자가 있었다. 예상을 뛰어넘어 팀장이 된 사람이 있었고, 팀장에서 팀원으로 좌천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방 근무가 확정이었으나 서울에 ‘영원히 남게 된’ 사람도 있었다.
OOO 팀장이었다. 최고의 승자라고 했다. 허드렛일이라 일컬어지는 지원 조직을 뛰쳐나와 유일하게 서울에 ‘영원히’ 남는 팀의 대장이 되었다. 수더분한 인상에 구수한 사투리로 사람들을 금방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그는 정계에 ’마수의 손’을 뻗치고 있다고 회자되는 인물이다.
이번에 팀장이 된 △△△도 있었다. 그녀가 있는 팀만 통용되는 말이 있다. 팀에 ‘태양이 둘이 있다’는 것. 연배가 높아도, 직급이 달라도 △△△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더라는 것이다. 하여 팀장과 함께 또 하나의 태양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한 여성, △△△. 그녀는 자신이 꿰찬 업무는 절대로 다른 이에게 넘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좋게 말하면 철두철미, 나쁘게 말하면 후배양성을 금기하는 것. 그녀는 이번에 팀장이 되었다. 자신과 함께 있던 태양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최연소’ 팀장 자리를 꿰찼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 태양’이 된 그녀는 ‘XXX장관의 손녀‘라는 타이틀로 또 다른 정치성을 띄고 있다.
입사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갑자기 지방근무를 하게 된 후배를 만났다. “저는 원래 서울 근무였는데 지방으로 갈 사람 수가 모자라 제가 ‘대신’ 그쪽으로 보내진 거래요. 퇴사하고 싶어요.” 연애며 공부며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 어린 친구가 논밭만 보이는 곳에서 일하려니 죽을 맛인 모양이다. 공기가 좋아 건강해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다독였다. 그녀 대신 누가 서울에 남게 되었는지, 네가 왜 그 지역의 그 팀으로 가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회사에는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그녀는 후자였다.
(원고지 : 7.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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