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 깊은 울림이 있는 스필만 이야기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다. 사람의 흔적은 없다. 주변은 온통 폐허다. 목숨을 어떻게 부지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발견한 통조림, 우연히 발견한 연탄집게로 뚜껑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독일인 장교에게 발각된다. 그가 정체를 묻는다. 주인공, 스필만은 대답한다. "피아니스트 입니다."
독일 장교 앞에서 스필만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연주를 시작한다. 쇼팽의 <야상곡 C# 단조>다. 격정적인 연주 속에는 그가 잊고 지냈던 감정돌이 녹아든다. 가족을 잃은 슬픔, 전쟁에 대한 회한, 음악에 대한 그리움, 목숨에 대한 갈구. 스필만의 연주를 경청하던 독일군 장교는 그에게 음식과 인정(人情)을 허락한다.
영화 <더 피아니스트>는 유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이야기다. 피아니스트 신분인 그가 어떻게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되었는지 담았다. 일각에서는 스필만의 비겁한 생존 스토리라고도 한다. 동료들이 저항군을 조직할 때 스필만은 숨었고 음식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감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이 감히 그에게 '맞서라'는 명령을 할 수 있을까. 전쟁의 현실 앞에서 스필만에게는 '연명'이 단 하나의 과제였을 터. 음식은 없었고 허기졌다.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슬픔이 삶을 지켜주진 않았다. 소리도, 음악도, 사치요 허상이었다. 내일의 목숨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아니스트로였던 스필만에게 총과 검은 더 위태로운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영화의 회색 포스터와 절뚝거리며 피해다니는 스필만의 모습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보다 강한 건 죽음을 눈앞에 둔 스필만의 연주다. 음악의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다.
(원고지 : 5.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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