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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32일][6월18일] 왼손잡이 된지 삼일 째


왼손잡이 된지 삼일 째


 

왼손잡이가 된지 삼일 째다. 키보드는 왼손 독수리 타법으로 친다. 밥은 왼손에 포크를 들고 떠먹는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는 오른쪽 팔꿈치로 반대편을 누른 상태에서 왼손으로 넘긴다. 화장실에서 지퍼 열기가 거의 불가능해 치마만 입는다. 오른 손에 깁스를 했기 때문이다.

 

휴가를 얻었다. 회사 다니면서 혜택 보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병가휴가다. 낮에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었다. 여유롭게 영화를 보는 호사도 누렸다. 만원버스에서는 임산부도, 노약자도 아닌데 자리를 넘겨받았다. 오른 손에 깁스를 했기 때문이다.

왼손이 분주하다. 갑자기 커진 역할에 불평하듯 손목과 어깨가 욱신거리며 아우성이다. 깁스를 푸는 날, 그간 왼손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깁스한 팔을 바꿔야겠다. 오른 손에 깁스를 해 왼손잡이가 된지 삼일 째다.


(원고지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