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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30일][6월16일] 보스 잘 지내십니까

 

보스 잘 지내십니까


아직 이 번호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내 다이어리에는 네 생일이라고 적혀있구나. 잘 지내니? 생일축하한다. -보스"
내겐 당신을 '보스'라 말씀하시는 팀장님이 계시다. 내 인생 첫 직장의, 첫 팀장님. 그 팀장님이 내 생일날 보내주신 문자였다. 첫 직장을 그만둔지 4년, 팀장님의 팀원에서 벗어난지 6년째인, 올해 보내주신 문자.


팀장님과의 추억이 꽤 많다. 첫째, 신입사원 교육에 떨어져 대기하던 시절, 마음은 불편했지만 대기중이라 몸은 편하던 그때, 팀장님과 월드컵경기장 공원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둘째, 솔루션부문으로 가겠다고 손을 드는 바람에 팀장님이 서운해하셨다. 셋째, 드릴말씀이 있다며 조심스레 퇴사를 말하던 날, 수입을 따지며 붙잡던 무리들과 달리 묵묵히 '네 꿈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리고 마지막, 신입으로 프로젝트에 파견나가 눈물 콧물 흘리던 시절, 괴로움에 툭 건들기만해도 울던 때, 프로젝트 현장 방문오신 팀장님을 붙잡고 통곡을 했었다. 길에서 통곡하는 나를 두고 팀장님은 어찌할바를 몰라 당황하셨었고 이 일은 두고두고 팀장님과 나와의 추억으로 회자됐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팀원 관리는 시각부터 다르다. 대기업이 팀원을 완전 무결한 부품으로 키우고자 한다면, 공기업은 그때그때 가져다쓰는 대체품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이는 근본적으로 얼만큼 '벌어들이는지'가 중요한 일반기업과 정해진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를 고민해야하는 공기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잘 벌기위해서는 단위시간당 더 많이도는 톱니가 필요할테고, 잘 쓰기위해서는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톱니가 있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보스는 '나'라는 톱니에 기름칠을 하기위해 눈물의 현장방문을 겪어야했다고 본다.

돈을 쓰는 업무를 맡으면서 시시때때로 문제에 봉착한다. 팀장님께 하소연도 해보고 교육도 받아보고 공부도 해가면서 어찌어찌 헤쳐나가기는 한다. 세상에 못할 건 없으니까... 그런데 오늘 보스 생각이 많이 난다.

아마 보스가 오늘 발생했던 이슈를 팀장으로써 알았다면 우선 나의 억울함을 들어주시고 선배나 동료를 통해 가이드를 주셨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나를 지켜주고 가르쳐주려 했던 보스의 방식은 늘 그랬다. 오늘의 팀장은 "알바들이나 하는 일을 가지고..."라는 말을 했다. 일의 경중을 떠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끙끙거리는 팀원에게 꼭 그런 커멘트를 했었어야 했나란 의구심이 든다. 물론 내가 속이 좁아 그런것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오늘은 보스 생각이 많이 난다. 보스, 잘 지내십니까? 

 

(원고지 : 6.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