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금요일이다. 저녁을 해야 한다. 밥상을 차리지 않으면 신랑은 분명 라면을 먹을 터. 만사가 귀찮다. 잠만 자고 책만 읽으면서 뒹굴고 싶다. 설상가상 어제 저녁때 먹은 설거지 거리도 그대로다. 출장 후 일찍 귀가한 신랑에게 싫은 소리를 한번 한다.
설거지를 시작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광고 카피를 되뇌며 넋을 놓고 그릇을 닦았다. 마침 또 내일 친정 식구들이 집에 놀러오기로 했다. 메르스 때문에 외출이 힘들어지자 각 집을 돌면서 가족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내일은 우리 집 차례다.
설거지를 하고 밥을 차려 저녁을 먹고 나니 또 설거지가 쌓였다. 퇴근 후 돌아왔을 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건가.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데 할 일이 줄지는 않고 늘어만 간다. 그냥 또 설거지를 한다. 신랑은 미안한지 눈치를 보다 화장실 청소를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빨래를 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했다. 냉장고 청소도 했다. 그랬더니 지금 이 시각이다. 샤랄라 옷 입고 밤새 놀던 미스시절의 불금과는 다른 나의 금요일. 오늘이 한 시간 조금 더 남았는데 해야 할 집안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원고지 : 3.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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