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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8일][5월25일] 게임 세계 입문

 

 

게임 세계 입문

 

매번 신랑과 나 사이를 갈라놓는 게 있다. 게임이다. 광적이진 않지만 주말에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컴퓨터 게임부터 한다. 회사에서 계속 컴퓨터로 일하다가 집에 와 또 컴퓨터로 게임하면 피곤하지 않냐 물으면, 이걸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이번 주말도 다르지 않았다. 다음 주 여행을 위해 이번 연휴는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쉬기로 했지만 나는 집안 일로 바빴다. 밥 때는 쉴새 없이 돌아오고 빨래는 왜 이리 많은지, 봄바람 맞겠다고 문이라도 열어두면 먼지도 금방 앉는다. 그렇게 집안일을 하나, 둘 처리하고 있을 때 그는 게임을 한다.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니 그는 이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옆자리에 있는 내 노트북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어떤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 캐릭터를 레벨업 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쉽고 빠르게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캐릭터에게 좋은 옷과 장비를 장착시켜야 하는데, 이걸 인력으로 했다간 며칠이 걸릴지 몰라 프로그램의 힘을 빌려야한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다른 유저들이 이미 개발한 걸 발견했다며 기분좋게 웃어 보였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란. 단계를 밟아나가는 재미 때문에 게임하는 거 아니냐 물으니 게임을 하지 않는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심리가 있다고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게 게임이란 어릴 적 했던 테트리스가 전부이므로, 알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또 게임을 했다. 점심 즈음 달려와서 하는 말, “여보랑 같이 할만한 게임을 찾았어!” WOW(와우)라는 게임이라고 했다. 적을 죽이고 싸우는 여느 게임과 달리 이것은 캐릭터가 요리를 하고 주변 사람들이 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라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나와 한 팀을 이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고도. ‘, 그래?’ 귀쫑긋 하고 있는데 신랑 왈, ‘그런데 한 달에 2만원 정도 내야해.’ 게임하는 데 무슨 돈까지 쓰냐고 버럭 화를 냈다. 시무룩해져서 다시 컴퓨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녁 즈음 다시 와서 말한다. "돈을 내지 않고 게임하는 방법을 발견했어!" 아이고야~ 그래서 우리는 협정을 맺었다. 내가 그와 게임을 같이 해보기로, 그리고 신랑은 게임 시간을 조금 줄이기로. 같이 게임하면 재밌겠다며 그는 벌써 신나한다. 게임의 맛을 보게 되면 내가 분명 이 세계에 눈을 뜨게 될 거라나?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집이 PC방으로 변하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원고지 :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