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
내가 방송대를 다니기 시작한 건 엄마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엄마는 항상 공부하셨다. 일본어, 관광, 유아교육 등 방송대를 통해 획득한 학위가 벌써 4개나 되신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걸로 생각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방송대 국문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즉흥적으로 읽고 쓰는데 그치지 않고 맞춤법부터 우리나라 고전까지 ‘국어’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흥미 있는 전공을 선택하다 보니 공부도 힘들지 않았다.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했다. 당시 배웠던 <고전소설읽기>는 지금도 가끔 꺼내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다.
그리고 이번 해가 두 번째, 영문과 공부다. 평생을 해도 끝이 없는 외국어 공부를 한번 해보고자 했다. 어차피 영어 학원을 다니든 전화영어를 하든 영어를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이를 대학공부로 채우려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전공이었다. 대학 때는 ‘토익’ 점수를 위해 시험 스킬을 익혔던 데 반해, 방송대 영문과 공부는 영미문학의 역사, 영미권의 문화, 영문법의 활용 등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영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영시읽기의 기초’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영어로 된 유명한 저자들의 시를 읽으면서 국어에서 배운 은유, 직유, 운율, 대위 등을 영어로 감상했다.
오늘로서 영문과 학생으로 임했던 시험이 끝났다. 애쓰고 고민했던 과목은 꽤 잘 쳤다. 반면, 어떻게 기본기로 되지 않을까라는 헛된 생각에 소홀하게 공부한 과목은 예상처럼 망했다. 역시 배신하니 않는 건 노력 뿐 인가보다. 내일부터는 방학이다. 일반 대학생의 방학과는 조금 다르지만 마음이 홀가분하다. 다음 학기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방학 동안에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넣어놔야겠다. 시험이 끝나 행복한 일요일 밤이다.
(원고지 5.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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