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터는, 뭐랄까,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몸에 붙어있는 느낌을 준다. 작가 소개란에 있는 그의 눈빛은 냉철해보이면서 동시에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이런 글을 쓰고 심지어 나와 동시대를 살고있다니. 미미여사가 모방범의 저자임을 알았을 때 그 안어울림에 놀랐다면 폴 오스터의 인상은 소설의 이미지와 닮아서 놀랍다.
<공중곡예사>는 시작이 근사했고 음악과 운명을 얘기했던 또 다른 작품(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글이 표현하는 곡조가 황야를 연상케해서 매력적이다.
그에 반해 <뉴욕 3부작>은 정체성을 테마로 하고 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호하며, 작가의 이야기를 하는건지 작가가 만든 작가의 이야기를 하는건지도 분명치 않다.
1부의 유리의 도시에는 폴 오스터가 등장한다. 주연으로 보이는 인물이 본인임을 속이기 위해 폴 오스터라 칭하고 다닌다. 2부의 유령들에서는 블루가 등장한다. 블랙을 관찰하는 블루는 블랙이 곧 본인이고 블랙이 곧 블루를 살펴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모호함의 향연이랄까. 몽환적이랄까. 3부가 남았으니 조금만 더 곱씹어 봐야겠다. 폴 오스터 식이라면 나도 지금은 내가 아닐 것이다. 나를 위한 누군가의 무대 혹은 내가 만든 환상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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