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샌드위치와 주먹밥으로 연명하다 큰 돈을 들여 바토무슈를 타고 세느강을 관광할 때였습니다. 알렉산드로 3세 다리나 에펠탑은 정부에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무수한 야간 조명들로 더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쉼없이 사진을 찍다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는 '눈에 담자'는 말을 했습니다. 디카로 보는 파리의 야경은 당시 우리의 벅찬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죠. 미친듯,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했습니다. 2005년의 일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바다의 매서움, 물 속 생물들의 장엄함, 섬의 고요함, 잔잔한 파도의 평온함, 호랑이라는 동반자의 든든함까지. 영화는 한 소년의 생존기를 담았습니다. 화면에는 리차드 파커라는 호랑이와 함께 버텨야 했던 그 시간들이 펼쳐집니다. 이야기의 결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실과 허구, 은유와 상징, 종교와 믿음. 그 어떤 갈래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끝이없는 뫼비우스 띠처럼 말이죠.
상상력과 추리력을 극도로 요하는,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원작을 읽고 다시 한번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세 가지 해석 중 어떤게 진짜일까요. 현실같은 허구일까요, 허구같은 진실일까요, [라이프 오브 파이] 별 15개 드립니다.
- 2013년 1월 20일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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