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 제목 한 번 멋지다. 지구과학 시간에는 분명 10여 종이 넘는 구름을 배웠거늘 지금 내 머릿 속에는 층운형과 적운형 밖에 없으니, 감히 구름지도(혹은 구름도감)이라 이름붙은 이 영화는 무엇을 구름으로, 구름들의 총체를 어떻게 표현해 낼것인가. 워쇼스키 감독들의 무릎팍도사 출연과 배두나의 헐리웃 진출이라는 수식어를 제치고, 나는 그 구름지도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게 궁금했다.
6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젊은 작곡가, 핵발전을 파헤치는 여기자, 서울의 복제인간, 요양원에 갇힌 출판업자, 태평양을 항해하는 부자, 부족을 지키는 한 남자. 배우들이 매 이야기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각각 따로 존재해 그 얼굴이 다른 내용에서 등장하면 '어?'하는 바람에 정신이 산만하지만, 6가지 이야기들은 하나의 큰 뼈대를 갖고 주제에 맞춰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관람 후 함께 본 짝꿍과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 시공간을 초월한 일종의 윤회사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과, 방울방울이 모여 큰 대양이 만들어진다는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지금 차분하게 돌이켜보자면, '하나의 목소리가 큰 힘을 만들어(방법)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인연(목적)'이 진짜 핵심이 아닐까싶다.
매트릭스와 함께 대작이라는 평과 보여주기(쇼윙)에 급급한 감독들의 졸작이라는 평이 존재하는 가운데, 나는 별 4개로 대작의 손을 들어주련다. 상당히 지적이라 이해를 위해선 곱절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동양적 사상을 푸른 눈 노란 머리 배우들과 함께 풀어낸 감독들의 노력과 다중이가 될까 우려될 정도로 여러 역할을 오가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배우들의 명품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흥미로웠던 영화. 그리고 나만의 또다른 결론, 구름은 한 인간(개체)의 인생을, 구름지도는 모든 것(인간을 포함한 개체들)이 연결되어 있는 지구가 아닐까.
- 2013년 1월 13일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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