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별 다섯개라 하겠다. 크리스마스 날 개봉한 것만 놓고도 그 면면을 알아볼 수 있는 영화다. 허나 이런 편견을 다 제쳐두고도 나는 별 다섯개를 주리라. 그 이유인즉슨, 불과 물과 싸워내는 소방수, 설경구 때문이다. 또 하나,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그 훈훈함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 -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 은 타워SKY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라 하겠다. 타워에 거주하시는 마나님의 더러운 꼴을 봐가며 '나 알바해야돼'라고 말하는 무심한 아들 등록금을 가슴속에 품고 저승의 문턱을 오가는 아주머니. 설경구의 희생도 손예진의 연기도, 김상경의 오열도 모두 덮어버린, 그 아주머니의 상황에 가슴이 사무친다. 시나리오나 내용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대한민국 블럭버스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영화.
문득 '소방수가 대세던가'라는 생각이 든다. 설경구도 소방수, 고수도 소방수. 이 영화는 멜로물이라고 하기엔 잔재미가 가득하다. 의사가 소방대원이 되는 과정, 한효주가 고수에게 접근하는 이유.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의사의 의무, 소방수의 사명. 그리고 명대사. "오늘보고 내일 죽어도 좋을만큼" 내용이 참 뻔하지만, 이 영화 역시 연말같다고 말하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명대사 한 줄 꽂혔으니 나는 별 셋.
피터잭슨 아저씨 진짜 실망이다. 초반 전달과정은 흡사 주중에 공중파에서 하는 미니시리즈 같았다. 지루하고 흐름이 정체된 것 같은 밋밋함. 그 지리함을 달래줄 판타지만의 특별함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등장한다. 롯데월드 신반드의 모험을 타고 있는 듯 한 영상은 꽤나 신났고 신들의 대화는 신비로웠다. 그리고 또 하나. 골룸. 사실 골룸이 별 세개를 다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력 증진을 위해 챙겨보기에는 좋지만, 호빗만의 특별함을 느끼기엔 전작과 너무 다를 바 없는 영화다.
대선 직전에 봤다. 일부러 지금 개봉했나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 개봉을 못할 뻔 했다는 얘기도 괜한 것이 아니구나 했다.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나라는 사람은 나라에 어떤 존재인가' 좌파 우파 빨갱이 보수 진보 등등 정치용어를 다 떠나서 과연 내가 대한민국인으로서 나라에게 어떤 보탬이 되고 있는지. 영화에서 등장한 그 시절 광주의 2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크레딧에 올라간 그 이름들에게 어떻게 조의를 표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왜 역사를 반성하지 않을까. 복합적인 감정을 심어준 영화다.
- 2013년 1월 2일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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