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란
사유가 없다. 내가 쓴 글 안에 독자적인 해석이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사유가 없음’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네이버 사전에서 ‘사유’란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철학적으로는)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글에서 써놓은 일들을 ‘생각 없이’ 썼는가에 물음이 닫는다.
반대로, 사유가 있다고 일컬어지는 경우는 다소 진지하면서, 보통(양적으로)의 생각을 벗어날 때를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통념. (남녀차이, 페미니즘, 구시대적 사고방식 등을 떠나) 많이 진보화 됐다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 부담이 크다. ‘왜 여성이 집안일을 해야 하죠? 남자가 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하는 의견이 있다. 이 때 이 의견을 말한 사람이 ‘하기 싫어! 나도 똑같이 돈 버는데?’라고 말하면 근거 없는 투쟁이 되고 ‘여성과 남성을 층위로 나눠 가사노동은 경제노동보다 하위로 여겨, 그 하위의 것은 육체적 열세인 여성이 하는 것이 맞다’라는 근거를 댄다면 ‘사유가 있는’ 의견으로 간주된다. 그럼 또 물음에 닿는다.
‘하기싫다’라고 말하는 것에 여성이 가사노동 하는 것, 남성들의 우월주의가 만연한 것, 여성을 폄훼하는 것에 대한 사고가 없었을까. 이를 개념화하여 구체적 단어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 순식간에 위에 언급한 이유들이 뇌리를 스쳤으리라.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렇다면, 구구절절 일반의 개념과 어휘를 들어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사유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걸까. 오히려 ‘그 글에 사유가 담겨있지 않다’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원고지 4.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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