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을 봐야 할 이유는 단 하나, 박해일이었다. 그러나 배우를 향한 감성과 어울리지 않게 영화<최종병기 활>을 본 것은 알코올 기운을 가득 담고 발걸음 한 심야 영화관에서 였다. '활'이라는 한국적 요소가 잘 버무려진 액션영화다. 남매를 엮는 건 우애보다 '활'이다. 그리고 그 활이 역으로 '우애'를 증명해낸다.
자인(문채원)이 청나라 포로로 잡혀가자 남이(박해일)이 화려한 활솜씨를 발휘해가며 자인을 구해낸다. 아쉽게도 내용은 이게 전부다. 그리고 호랑이와 문채원이 있다. 신랄한 비판 전, 미리 밝혀두겠다. <최종병기 활>을 본것은 어언 삼주전이고, 내 기억 속에 남은 이 영화는 호랑이와 문채원 뿐이다.
청나라 부대에 쫓기던 남이를 도와주는 건, 우리 민족도 아니요 활도 아니다. 호랑이다. 그런데 호랑이의 등장이 매끄럽지 않다. 갑자기 나타나는 것까지는 괜찮다. 줄곧 남이의 활에 죽어나가던 청나라 정예부대가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상한 기운에 부합하게 또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정예부대의 몇 명을 죽여 친히 남이의 일손을 돕는다.
더 문제는 문채원이다. 참 아름다운 배우다.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아쉽다. 박해일은 만주어 대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류승룡의 만주어는 참 박력있다. 듣고있으면 '저게 만주어구나'라며 생경한 외국어에 호기심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문채원의 만주어는, '호랑이 CG급'이다. '이상한 기운'을 증명하기 위해 나타나는 호랑이와 문채원이 읊조리는 만주어는 참 어색하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를 본 것은 삼주전이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엔 호랑이와 문채원 뿐이다. 아! 남자분들은 이 영화를 참 만족스러워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 기억 속엔 호랑이와 문채원 뿐이다.
- 2011년 9월 5일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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