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과 오답
‘그 나이 때 나는 내가 ‘병신’이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내가 다른 아이들과 그리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움직임이 좀 어정쩡하다는 건 알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게 이상한 줄도 몰랐다. (p37)‘라고 해릴린 루소는 말한다. 자신의 불편함을 알았지만 이상한 줄은 몰랐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물었단다. 넌 뭐가 잘못되서 그런거니?
‘잘못’의 사전적 정의는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이다. 그녀에게 뭐가 잘못 됐냐 묻는 건, 어떤 과오가 현재에 ‘벌’로 나타났다는 말인가. 지난 주 인공지능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어른들 사이에 인간의 자체적 몰락을 우려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이 질문을 하자 강연자는 ‘참 똑똑한 친구’라 말했고 모든 청중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청중들은 그 아이를 두고 ‘과거에 어떤 일을 잘해서 저렇게 똑똑할까‘라고, 과거의 사건으로 소년의 현재를 이해했을까? 짐작컨대 부모가 공부를 참 잘 시켰다느니, 배운 집 아이라느니 등의 생각을 했을 게다.
보이지 않는, 하지만 너무 명확한 정답과 오답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분명 학습이 됐을 테니까. 그래서 해릴린의 불편함은 오답으로 소년의 질문은 정답으로 보는 것 아닐까. 보고서를 쓸 때마다 ‘보고 받을 사람이 뭘 알고싶은지에 맞춰서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알고 싶은 걸 정확하게 말하라’이다. 그들은 말은 안할 때가 더 많고. 나는 무슨 독심술을 부려서 보고받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봐야 한다. 그래서 정답이라고 판단되는 모범답안을 써 가면, 이건 아니란다. 결국 정답과 오답의 기준은 ‘자기 좋을데로’ 인가보다.
(원고지 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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