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아들을 잃고 쓴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다. 선생님은 아들이 땅 속에서 어찌 있는지도 모르는데 사지 멀쩡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고 말하신다. 그 슬픔을 짐작도 할 수 없는 가운데, 존재하기 위해 써야만 한다는 누군가의 글이 떠올라 먹먹했다.
똑같이 일을 하고 들어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설겆이는 자연스럽게 내 몫으로 남는다. 내가 없다면 몇 일 저 안에 있다가 없어질 설겆이, 내가 있다면 바로 사라질 설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당위로 남는 이 일이 싫다.
선생님의 '하찮은 존재'라는 표현이 오버랩된다. 나의 존재는 무엇으로 판가름나는 것일까.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업적, 무엇을 겆추어야 내 존재를 일관성있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맛집 피자를 올린 사진에 친구들이 덧글에 덧글을 달면서 연신 핸드폰이 울어댄다. 띵동거리는 알람은 설겆이에 빠진 나에게 핸드폰의 존재를 알린다. 나는 무엇을 위해 울어대야 할까.
(원고지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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