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11

클래식 우리집 낮 시간에는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락부터 클래식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몸이 안좋아 집에서 쉬기로 마음먹은 오늘, 하루종일 옆집(또는 위집 혹은 아래집)에서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이 계속 들린다. 바이올린으로 버클리음대를 가겠다고 했던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한테 손등을 맞고 집에 가는 길 비속에서 펑펑 울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내가 왜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했느냐.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냐. 말리지 않았던 부모님과 스스로가 미웠다. 쉬고 싶은데 이사짐 견적을 받아야해서 피곤한 월요일 클래식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때 바이올린을 대하던 마음과 다른 내 마음. 더보기
잘못을 인정해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 우리네 세상에서 부족한 것. 국감을 치르다보면 수비수가 된다. 나라(의 관료가)에서 결정한 혹은 추진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어떤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정해진 답변의 자료를 작성한다. '우리는 책임이 없습니다. 해당 부처 소관이 아닙니다'가 골자.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진면목을 파헤치는 프로가 방영됐다. 150명 가까운 국민이 죽었다. 대부분은 영유아와 산모처럼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산자부와 식약청이 핑퐁을 했고, 정부는 책임이 없다며 해당 사건을 무기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150여명은 죽었지만 죽음을 인정받지 못한다. 영화 에서 권위있는 논설위원은 "국.. 더보기
전야제 무대 설치가 진행중이다.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 투덜거린게 무색할만큼 많은 인원이 동원돼 일을 진행중이다. 전 프로그램 무대 철수부터 벽 하나하나 직접 세우기. 전체 디렉션을 줘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무지한건 아니었나 싶다. 처음 기획해보는 글로벌 행사에 가슴이 뛴다. 네트워킹과 사업 벌전을 논하는 건강한 자리. 그래, 나는 이런 모임(또는 행사)를 건강한 자리라 부르겠다. 내일이면 세계 각국에서 온 엑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기업들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경합을 벌인다. 전쟁터응 살고 있는 그들에게 판응 깔아주는 게 나의 몫. 건강한 자리에서 깊이 고민하고 준비했던 사업들이 빛을 보기를, 가치가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더보기
서평이 등록되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읽었던 책 서평이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올랐다. 해당 서평을 어디에 써서, 올렸는지도 까마득한데 서점측에서 연락을 해왔다. 인터넷 서점, 책에 둘러쌓여 읽고 쓴다는 MD가 되고 싶었다. 일반인에게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모든 일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기자단, 리뷰어, 서평단 등등. 당시 그렇게 바라던 홈페이지 서평 등록을, 이제 이뤘다. 2010년 퇴​​​​사 후 읽고 쓰기를 업으로 삼자 노력했던 몇 년. 그 때만큼 치열하지도 갈급하지도 않지만, 5년 즈음이 되니 갈피가 잡히싶다. 무엇이 이뤄지는 건 장기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반증. 헛되이 마음을 쓰는 건 없다. 더보기
[147일][11월23일] 일 일 살아있구나. 나 살아있다 싶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모터를 돌리고 있다. 선택의 연속, 협의의 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계속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하나씩 배우는 즐거움. 사람을 알고 사업을 배우고 일을 익히며 영역을 확장하는 기분이다. (원고지 1.2장) 더보기
[146일][11월18일] 아무것도 아닌 일 아무것도 아닌 일 오늘은 뭔가 굉장히 나답지 않은 날이다.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쓰고 드러나지 않는 행동에 나름의 나쁜 의미를 부여해 또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시간을 놓여 집에 안 들어가고 회사에 남았다. 남의 옷을 입고 남의 집에 남처럼 나를 내버려 두었다. 헛헛하다. 사랑에 가득찼다 자부했는데 굶주렸고 갈구하고 있다.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들킨 것 같아 속이 상하기까지 하다. 내일은 목요일이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그 날 나를 달래야 한다.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원고지 2.6장) 더보기
[145일][11월16일] 홍제동 우리집 홍제동 우리집 내리막길 스무걸음 걷다보면 왼쪽에 공방, 오른쪽에 세탁소, 세탁소를 지나 30m 정도 걸으면 새벽기도 하고 나오시는 분들이 있는 교회, 교회를 우측에 두고 직진으로 50m 정도 걷다보면 좌측에 세븐일레븐, 그 앞으로 쭉 걸으면 마을버스 정류장. 출근길 어스름에 보이는 우리 동네 모습이다. 2년 가까이 살아온 이 동네를 이렇게 지날 일도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 집 한번 가봐. 엄마 친구가 아들 집으로 알아보던 집인데, 그 아들은 더 높은 층 집으로 했대.’ 결혼을 준비하던 2013년 겨울, 신랑과 나는 집을 알아보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매 주말, 서울과 경기일대를 휘젓고 다녔다. 자금에 맞추자니 집이 마음에 안들고, 집에 돈을 맞추기에는 빚이 너무 커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더보기
영화 <007 스펙터(Spectre, 2015)> 흔한영화 띠랏띠라~ 띠라라~♬ 모든 이에게 이 음계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는 영화라는 점, 고리타분한 내용 전개에도 시리즈가 대부분 흥행했다는 점, 많은 액션애호가들의 사랑을 놓치지 않는 다는 점, 이런 특징들에 이끌려 나는 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제임스 본드 요원이 있다. 진정 '다이 하드(die hard)'라 명명해야 할 것 같은, 남부럽지 않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그가, 자신의 직장 - MI6 - 를 지키기 위해 갖은 고투를 겪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여느 시리즈가 그렇듯 아름다운 여성들이 등장하고, 그녀들은 쉽사리 본드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는 그녀를 지키는 동시에 자신의 직업적 본분을 다해, 직장을, 나라를, 세계를 안전하게 유지시킨다. 한 여성이 나온다. 의 미녀로 얼굴을 알린.. 더보기
[144일][11월15일]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읽고 쓰기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읽고 쓰기 결국 다시 찾았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블로그 주소를 입력했다. 그간 핸드폰으로 끄적인 글을 보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생각과 느낌들이 가득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감정에 취해있던 걸까. 언제나 ‘쓰고 싶은’ 기분에 시달렸지만 그 기분은 고리타분한 변명 – 고단하고 바빴다는 – 앞에서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주말의 끝자락, 내 몸에 남아있는 감성과 글쓰기 근육을 활성화 시키려 결국 나는 다시 블로그를 찾았다. 시간에 ‘끌려다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전 5시, 핸드폰 알람에 쫓기듯 일어난다. 3시간 이상 더 잘 시간이 남아있는 신랑은, 허둥지둥 새벽녘에 준비하는 나를 두고 ‘쿵쾅거리지 말라’고 한다. 쿵쾅쿵쾅 우당탕쿵쾅. 가방을 싸두고 입을 옷을.. 더보기
[143일][10월19일] 양날의 칼이 되는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다. 양날의 칼이 되는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다. 질소과자가 한 때 이슈였다. 질소로 만든 과자냐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질소로 채운 과자 봉지다. 중량의 70%가 과자 내용물이 아닌 질소라 하여 일부 청소년들은 질소과자를 연결해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저 과자 중량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질소의 효용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이다. 두 과학자가 있다. 프리츠 하버(Frits Haber)와 카를 보슈(Carl Bosch).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 불리는 하버는 1904년부터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해 1908년 암모니아 합성 방법을 개발한다. 1909년 화학공업 기업 바스프(BASF)에서 과학자 카를 보슈와 함께 공정 .. 더보기